1. 들어가기에 앞서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는 6개월에 한 번 동료 피드백을 작성하는 프로세스가 있다. 함께 협업을 많이 했던 동료들을 선정하고, Continue, Change, Start 그리고 핵심가치 기반으로 동료 피드백을 작성한 후, 리더들과 원온원을 진행하는 정기 프로세스이다.
그런데, 이번에 “피드백 프로세스가 제대로 동작하고 있는가”에 대해 내부적인 우려 목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구성원들이 시간에 쫒기다 보니 제대로 된 피드백을 작성하지 못하거나, 또는 관성으로 피드백을 작성하는 경우들이 종종 보였다. 이 내용을 회사 내부적으로 아젠다화 시켜서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게 되었고, 나 또한 이번 기회에 평소에 갖고 있던 피드백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1. 피드백의 목적과 중요성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나는 실존주의라는 철학을 삶의 주요한 가치관으로 두고 살아가고 있다. 태어나기 전에 목적이 이미 정해져있는 사물과 다르게, 미리 정해진 본질 없이 세상에 던져진 뒤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으로 자신의 본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실존주의 주요 핵심이다.
나는 이러한 관점에서 자신의 본질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끊임없이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되어주는 게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는 존재는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때 나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대상은 주변인 (특히 동료분들)이다. 만약 이들이 값어치 있는 피드백을 나에게 준다면, 그리고 나 또한 그들에게 값어치 있는 피드백을 줄 수 있다면 서로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피드백을 작성해야하며 또한 잘 작성해야하는 이유이다.
피드백은 구성원들의 성장을 돕는 매우 중요한 기반이다. 나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함께 일하는 동료이며, 동료들 역시 서로의 피드백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이른바 함께 자라기를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인 것이다.
1.2. 피드백의 종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리처드 윌리엄스의 저서 <사람을 움직이는 피드백의 힘> 에서는 피드백을 크게 지지적, 교정적, 무의미한, 학대적 피드백으로 분류한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지지적 피드백 (Supportive Feedback)
◦
상대방의 긍정적인 행동을 격려하고 반복되기를 독려하는 피드백
•
교정적 피드백 (Corrective Feedback)
◦
잘못된 점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짚어주어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피드백
•
무의미한 피드백 (Useless Feedback)
◦
내용이 너무 막연하거나 일반적이어서 받는 사람이 목적을 알 수 없는 피드백
•
학대적 피드백 (Abusive Feedback)
◦
상대방을 비인격적으로 대하거나 모욕감을 주어 상처를 주는 부정적인 피드백
(위 4가지 유형은 너무나도 업계에서 많이 알려져있으므로, 좀 더 구체적인 예시나 설명은 구글링을 해보기를 바란다)
위 4가지 유형을 봤을 때, 너무 뻔한 얘기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무의미한 피드백이나 학대적 피드백을 보고 저런 피드백을 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무에서 일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무의미한 피드백이나 학대적 피드백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업무에 너무 치여서 깊게 고민하지 못하고 “숙제”처럼 생각하거나, 피드백에 대한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해서 피드백을 쓰다보면 “무의미한 피드백”으로 이어지기 쉽다. 내가 경험하거나 주변에서 본 사례에서는 특히 일부 리더나 대표들에게서 “학대적 피드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2. 어떻게 해야 피드백을 잘 작성할 수 있을까?
앞에서 피드백의 목적과 종류를 살펴봤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의 좋은 행동을 격려하는 지지적 피드백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의 변화를 돕는 교정적 피드백이다. 하지만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좋은 피드백을 작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막상 쓰려고 하면 막연한 칭찬으로 끝나거나, 평소 아쉬웠던 점들을 나열하는 데 그치기 쉽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정리하는 것과,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작성하는 것은 다르다. 내가 보기에는 맞는 말이고 좋은 의도로 작성했더라도, 상대방이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면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피드백을 작성할 때는 무엇을 말할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대방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작성할 수 있을까? 나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평소 관찰한 구체적인 상황과 행동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래에서는 이를 위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법들을 하나씩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2.1. 상대방을 이해하고 피드백하기
피드백을 작성할 때는 상대방의 멘탈 모델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동반되어야 한다.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어떤 성향인지? 팩트 기반으로 직선적인 피드백을 잘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인지? 직선적인 표현에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편인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을 때 잘 받아들이는 사람인지? 나와의 라포나 사회적 자본은 충분히 형성되어있는 사람인지? 이러한 고민과 이해가 없이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피드백을 작성하면 피드백을 받는 입장에서 피드백 수용성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이건 특히 회사 대표나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항목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대표나 리더들은 워낙에 많은 일들을 동시에 챙기다보니 효율을 위해 스스로의 기준과 방식에 맞춰 빠르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상대의 성향과 상황에 맞추기 보단, 상대가 내 방식에 맞춰 이해하고 따라오길 기대하는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쓰다보니 피드백을 전달할때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마음의 문이 닫혀버린다거나, 피드백을 전혀 수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2.2. 존중을 바탕으로 전달하기
2.1.의 내용과 조금은 비슷한 내용일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성장을 돕는다는 명분하에 모든 것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례함을 솔직함으로 착각한다. 솔직함과 무례함은 한 끗 차이다. 둘의 차이는 “사실을 말하느냐”보다는 “ 그 사실을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전달하냐”이다.
솔직함은 자신의 생각이나 사실을 숨기지 않되,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존중해서 전달하는 것이다. 반면 무례함은 솔직하다는 명목으로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경우에 가깝다. 아무리 상대방의 성장을 위한 말이고 내용 자체가 틀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전달하는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이 빠져있다면 그건 좋은 피드백이라고 보긴 어렵다. 솔직함을 명분으로 상대에 대한 존중을 생략하는 순간 그것은 솔직함이 아니라 무례함이 된다.
존중이 결여된 정도가 심해지면 앞서 말한 4가지 피드백 중 하나인 학대적 피드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의 성장을 위한다는 목적만큼이나,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말하고 전달하는지도 중요하다.
2.3. 피드백 재료 미리 준비하기
하향 피드백이건, 동료 피드백이건 피드백 주기는 보통 그렇게 짧지 않다. 일반적으로 6개월에 한 번, 3개월에 한 번하거나 길게는 1년에 1번 하는 경우도 있다. 피드백 시즌이 돼서 피드백 내용을 쓰려고하면 많은 사람들이 머리 속이 새하얘진다. 특히 피드백 작성 대상이 어쩔 수 없이 몰리는 리더들이나 협업 대상이 많은 PM들은 더 그렇다. 안 그래도 할 일도 많은데 8명, 10명의 피드백을 어느 세월에 다 쓰겠는가?
이때 가장 도움이 많이 되는 건 피드백의 재료를 미리미리 준비해놓는 것이다. 특별히 대단한 게 필요한 게 아니다. 피드백 시즌이 되었을때 내가 기억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어느 정도 휘갈겨놓아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미리 준비하고 기록해놓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떻게 내가 느꼈는지, 관련 링크는 있는지를 미리미리 기록해놓는다면 나중에 피드백 시즌이 되었을때 훨씬 더 수월하게 피드백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행동에는 스스로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다소 귀찮더라도 왜 이런걸 해야하는지, 피드백을 왜 작성하고 중요한지를 떠올려보자. 조금만 노력한다면 나의 피드백이 상대방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몇 번만 하다 보면 자연스레 습관화될 것이다.
2.4. SBI 피드백 모델 활용하기
SBI 피드백 모델은 상황(Situation), 행동(Behavior), 영향(Impact) 요소를 바탕으로 관찰한 행동과 그 영향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SBI 피드백의 3가지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
상황(Situation) - 피드백의 대상이 된 구체적인 시간, 장소, 맥락을 먼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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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Behavior) - 주관적 판단이나 인신공격 대신, 눈으로 관찰된 객관적 행동만 사실 그대로 짚어준다.
•
영향(Impact) - 그 행동이 팀이나 업무, 혹은 나 자신에게 어떤 영향과 결과를 미쳤는지 설명한다.
SBI 피드백은 구체적인 상황과 관찰한 행동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므로, 막연한 평가나 상대방의 의도에 대한 추측을 줄일 수 있다. 이때 관찰한 사실과 자신의 해석·감정을 구분해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동은 관찰한 사실을 바탕으로 설명하되, 그 행동이 미친 영향을 설명할 때는 내가 느낀 감정이나 경험한 결과도 함께 전달할 수 있다. 이렇게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 행동과 그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방어적인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피드백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무엇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면 좋을지 이해하기 쉬워진다.
피드백을 어떻게 작성해야할지 모를 때는 위에 설명한 SBI 모델을 활용해보자. 필요하다면 SBI 피드백 모델을 피드백 프로세스 템플릿에 녹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3. 피드백을 시스템에 녹이기
앞에서는 피드백을 왜 작성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잘 작성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좋은 피드백을 작성하는 방법을 아는 것과, 실제로 회사 안에서 좋은 피드백이 오가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이다. 구성원 개인의 이해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회사 역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과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피드백을 작성해본 경험이 없는 주니어나 이런 프로세스에 익숙하지 않은 구성원에게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리더로서 구성원들이 작성한 리뷰를 보다 보면, 6개월에 한 번 작성하는 피드백인데도 “쓸 말이 없음”, “위 내용 참고” 정도로 끝나는 경우를 보아왔다. 피드백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참고해야 할지 알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이 일부러 무성의하게 작성한 것만은 아니었다. 피드백을 왜 작성해야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몰랐거나, 막상 쓰려고 하니 함께 일했던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단순히 구성원 개인의 태도나 노력 부족으로만 볼 수는 없다. 좋은 피드백이 오가기를 바란다면, 회사도 그에 필요한 안내와 시간, 후속 과정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3.1. 피드백의 목적과 작성 방법 안내하기
신규 구성원에게는 입사 온보딩 과정에서 피드백의 목적과 중요성, 작성 방법을 함께 안내하는 것이 좋다. 우리 회사에 피드백 프로세스가 있다는 사실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왜 이 과정을 운영하고 서로에게 어떤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기존 구성원이라고 해서 피드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이미 여러 번 작성해봤더라도, 그저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숙제처럼 받아들이고 있을 수 있다. 팀 내에서 간단한 세션을 열어 피드백의 목적과 작성 방법을 다시 이야기해보자.
전사 세션으로 한 번에 안내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얼마나 집중해서 듣고, 내용을 이해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가능하다면 팀 단위로 진행하면서 실제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궁금한 점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3.2. 구체적인 예시로 작성 기준 알려주기
앞의 2장에서 설명한 내용을 안내하는 것과 함께, 좋은 피드백과 좋지 않은 피드백의 예시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작성해주세요”, “상대방의 성장을 위해 작성해주세요”라는 말만으로는 막상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상황을 두고 어떤 피드백은 왜 도움이 되고, 어떤 피드백은 왜 도움이 되지 않는지를 함께 설명해보자. 앞서 소개한 SBI 모델을 활용해 상황, 행동, 영향을 담았을 때 피드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론을 설명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실제로 자신의 피드백을 작성할 수 있을 정도로 안내해야 한다.
3.3. 피드백 작성 대상이 과도하게 몰리지 않도록 하기
피드백 작성 대상을 선정할 때는 실제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구성원을 중심으로 선정해야 한다. 상대방의 업무나 행동을 충분히 관찰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구체적이고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작성하기는 어렵다.
동시에 특정 구성원에게 작성 부담이 너무 몰리지 않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협업 대상이 많은 리더나 PM은 여러 사람에게 피드백을 요청받기 쉽다. 하지만 안 그래도 많은 일을 챙기는 사람이 8명, 10명의 피드백을 모두 깊이 고민해서 작성할 수 있겠는가? 작성해야 하는 양이 많아질수록 피드백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예를 들어 1인당 작성 대상을 3~5명 정도로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적절한 인원은 조직의 규모와 협업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작성 부담도 함께 고려해 정하는 것이 좋다. 특정 구성원에게 요청이 지나치게 몰린다면 리더나 HR이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많은 피드백을 모으는 것보다, 실제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3.4. 피드백을 작성할 시간 마련하기
좋은 피드백을 기대하면서 정작 작성할 시간은 주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은 결국 다른 업무 사이에 피드백을 끼워 넣게 된다. 제출 기한만 충분히 길게 잡아놓는다고 해서 작성할 여유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피드백 작성 시간을 업무 시간으로 따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2주 스프린트를 운영하는 조직이라면,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는 다른 업무를 배정하지 않고 피드백 작성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보자. 회사가 피드백을 중요한 일로 생각한다면, 업무 계획에도 그 중요성이 반영되어야 한다.
마지막 날에 모든 피드백을 몰아서 작성하지 않도록 중간 제출 일정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2주 동안 A, B, C, D라는 총 4명의 구성원에게 피드백을 작성해야 한다면, 첫째 주에는 A와 B의 피드백을 작성하여 제출하고 둘째 주에는 C, D의 피드백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작성 시점을 나누면 한꺼번에 급하게 작성하는 부담을 줄이고, 중간에 작성 상황을 확인하거나 필요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3.5. 제출 여부보다 피드백의 내용 살펴보기
피드백을 모두 제출했다고 해서 프로세스가 잘 동작했다고 볼 수는 없다. 제출된 내용이 상대방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가 작성된 피드백을 한 번 검토하고, 내용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보완을 요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리더가 구성원의 생각을 감시하거나, 피드백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의 길이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도 아니다. 동료가 무엇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면 좋을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지, 아니면 제출 자체에만 의미를 두고 작성한 내용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후자에 해당한다면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재작성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다만 “내용이 부족하니 다시 써주세요”라고만 하기보다는, 어떤 부분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지를 함께 안내해야 한다. 검토 기준과 피드백을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도 사전에 안내해야 한다. 비판적인 의견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정을 요구해서는 안 되며, 검토는 피드백의 구체성을 보완하고 존중이 결여된 표현을 다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과정 역시 구성원이 피드백을 더 잘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3.6. 피드백이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피드백을 작성하고 전달하는 것으로 모든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내용을 주고받았더라도 그 내용이 좋은 행동을 유지·강화하거나 필요한 개선을 시도하는 데 활용되지 않는다면, 피드백이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리뷰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유지할 행동이나 개선할 부분을 정리하고, 실제로 시도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액션 아이템을 도출해보자. 그리고 구성원과 리더가 원온원을 통해 진행 상황과 어려움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필요한 지원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결국 피드백을 시스템에 녹인다는 것은 정기적으로 리뷰를 작성하는 절차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구성원이 피드백의 목적을 이해하고, 충분히 고민해서 작성하고, 받은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야 피드백이 6개월마다 돌아오는 숙제가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돕는 과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4. 마무리
지금까지 피드백의 목적과 중요성, 잘 작성하는 방법, 그리고 회사의 시스템에 녹이는 방법을 살펴봤다. 피드백은 그저 생각나는 내용을 적으면 되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작성하고, 그것이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개인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현실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당장 해야 할 일에 쫓기다 보면 피드백 작성이 뒷전으로 밀리기도 하고, 잘 만들어놓은 프로세스도 어느 순간 형식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그럴 때는 다시 한번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왜 피드백을 작성해야 하는가?
누구나 좋은 동료, 뛰어난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바람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동료가 처음부터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치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함께 일하는 동료의 피드백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동료가 되어줄 수 있다. 상대방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강점을 알려주고, 혼자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개선점을 짚어줄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가 당신에게 그런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해보자. 서로의 성장을 진심으로 고민하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우리가 함께 일하는 환경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는가?
좋은 동료와 함께 일하기를 바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가 좋은 동료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야말로 앞에서 이야기한 ‘함께 자라기’를 실천하는 방법이자, 모두가 더 수준 높은 동료로 성장해나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이 동료에게 더 나은 피드백을 주고 싶은 구성원들에게, 그리고 회사를 이끌며 그에 필요한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리더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피드백이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돕는 기회로 자리 잡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